서유라 개인전 Classical Books
서유라의 작품에는 어김없이 책이 등장한다. 겹겹이 쌓여있는 책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한다. 겹겹이 포개어진 책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 권 한 권 책들이 쌓여가듯 우리의 삶도 한층 한층 쌓여가고 있음을 작가는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실상 서유라의 작업은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의 종합하는 능력”을 탐구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그녀는 캔버스 화면 전체에 펼쳐지거나 닫힌 책들을 나열하여 장관을 이뤄낸다. 마치 장난감 블록들이 결합되어 어떠한 형상을 만들어내듯, 수많은 책들이 서로 결합되어 마침내 어떠한 형체를 갖추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관계성을 삶의 양상에 비유한 것이다.
“책을 쌓는” 서유라의 작업은 곧 “세월을 쌓는 일”, “내 삶을 채워나가는 일”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인간은 본인이 쌓아 올린 것을 허물고 다시 쌓아 올리며 성장한다. 캔버스에 채워 넣은 책들 중 대부분은 다시 허물어야만 하는 과거의 파편들이다. “새로 쌓은 것은 다시금 허물어야 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작품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클래식 콘텐츠들이 눈길을 끈다. 고서들과 클래식 영화들, 옛 아이콘이 되어버린 미키마우스와 덤보, 앨리스, 낡은 시계들의 이미지가 하나의 화면에 종합되어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시간의 종합’이라는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오랜 과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로부터 퍼올린 낡은 것들은 현재적 지평에서 종합되어 마침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