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차갑고 무거운 철의 감춰진 가벼움과 따뜻함을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형식을 취하며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품 안에서 작은 개체들은 한데 모여 큰 형상을 이루고, 서로 다른 이념이 한데 어우르고, 혹은 비슷한 의미의 둘이 만나 전혀 다른 하나의 개념을 만들고, 또는 둘의 만남이 하나가 되어 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작가의 작품에 이리저리 휘고 구부린 철선들은 허공을 뚫고 뻗어가기 시작하고 조용히 퍼져나간 철선들의 움직임은 공간을 장악한다. 그리고 정적이 흐르는 공간을 마치 움직임이란 애초에 없었다는 듯 부동의 상태로 그들만의 공간을 형성한다. 이는 그의 작업에 대한 설명이 아닌 작품 속 철선들에 대한 관찰기록이다. 철선을 사용해 최소한의 선으로 어떠한 형상을 축약 표현하는 그의 작업은 시각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형태이거나 혹은 암시적인 여러 비정형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품들을 규정하려들자면 드로잉과 조각, 평면과 입체, 회화와 설치의 모든 요소들이 혼합하여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