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권태롭던 사춘기 한 소년이 어느날 한 소녀를 보고는 그만 사랑에 빠져버렸지요. 갑자기 온 세상이 달라져 보였어요. 더이상 지겹지도 썰렁하지 않게된 거에요. 아무리 구름이 겹겹이 끼여있어도 그 소년 속에 또하나의 태양이 있어 모든것이 열정, 빛, 사랑의 색깔로 바뀌어진 거지요. 제 생각에 아티스트란 바로 이런 사람으로, 보는 눈길 속에 사랑을 감지하지요. 보는 눈길 하나하나 항상 새롭고 새로운 감동을 받지요. 순수하고 정직한 눈길 속에서 단순함, 미, 사랑, '기'의 힘을 찾아내지요.
'기'란 무엇일까요. 동양에서는 우주자연이 '기'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하지요. 기가 모이면 실체를 만들어내고, 흩어지면 다시 우주속에 에너지 형태로 흡수되고요. 기는 모든 우주 만물의 근간이고, 끝없는 창조와 창조물의 기본 에너지라고요. 기가 가득찬 역동적 작품을 만드는 게 저의 제일 큰 관심사에요.
작업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이며 미니멀한 구조의 단위로 기하학적네모를 많이사용하고 좋아해요. 네모 그 자체는 고정적이며, 변동않는 완고한 네모지요. 그런데 이 네모와 놀다보니까 나 자신이 네모가 됐어요. 하지만 완고한 네모가 아니라 기와 자유가 가득찬 살아 움직이는 네모로요. '전개'와 '동자' 시리즈에서, 네모를 각각 다른 각도와 앵글을 주면서 한줄로 펼치니까, 마치 살아 있는 생물같이 아주 역동적인 움직임을 주네요. '삼매' 시리즈에서도 역시 약간씩 각도를 달리하여, 가로로, 세로로 펼쳤더니, 그 결과가 너무 뜻밖이고 재미있네요. - 직선이 곡선이 되고, 네모가 원이 되고, 2차원적인 표면이 3차원적 공간감을 주는 매직같지않아요?
관점을 달리하니까 이 모든 일이 가능해졌네요. 네모가 원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더 이상 대립, 모순, 갈등이 아니라, 조화와 역동의 하모니로 볼 수 있으니까요. 기로 가득한 네모그림은 살아있고 춤을 추어요. 네모 속에 들어있는 기가 네모의 끝없는 변화를 가능케 하지요. 그림그리는 일이 정말 즐겁고, 신명이 나요. 제 그림을 보시게되면 흥이 나서 춤추고 싶어 하실지 몰라요. 제 그림과 같이 춤 추시겠어요? 사랑에 빠지는 것 근사하지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