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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순'이 나무가 되고 잎이 우거져 열매를 맺듯이 <에코 플로우>에서도 점점 주위를 풍성하게 만들어간다. (겹겹이 단층이 나 있는 곡선들은 출발지점에는 하나의 선에서 시작하여 초기에는 폭이 좁았다가 점차 넓어지며 물결처럼 그 파장을 주위에 퍼트린다) 무거움이나 자책보다는 마냥 즐겁고 쾌활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긍정 속에서 찬란한 무지개가 뜬다. 자아에 집착하기를 멈추고 타자와의 성숙한 친밀함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삶이 선물로 주어졌듯이 자신의 삶을 공동체와 나누려는 원숙의 경지를 표상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면, 무리와 억지라는 것이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간다. 물질을 관계의 네트워크 속에서 파악하고 그 낱낱의 물질을 조율의 과정을 거쳐 거대한 질서에 통합시킨다. 아무런 느낌도 없고 활력도 없는 그런 무기체가 아니라 표정을 지니고 성장하는 유기체로서 다가온다. 그렇게 물질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작품의 백미이자 작가의 자랑거리이다.
작가는 물질을 무형의 가치로 전이시킬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자연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덩치와 부피가 커진다. 그럼에 반해 사람은 자람에 따라서 이해력이 넓어지고 도량이 커진다. 자연의 이미지가 우리의 내면과 공명(共鳴)하여 의미의 풍부함을 더해간다.
- 미술평론가 서성록교수님 글 중에서